idees · 2017.12 - 휴식은 내면으로 향하는 여행
idees · 2017.12
Rest is a journey deep into ourselves
휴식은 내면으로 향하는 여행
‘휴식’이 현대인에게 중요한 키워드가 되면서 일상에서 벗어나 최상의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도시에서 떠나 자연을 만끽하며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장소로 대표적인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아난티 클럽 서울을 설계한 건축가 민성진은 그것이 건축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1995년에 SKM 건축사사무소를 설립 후, 자연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존재감이 확실한 건축물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최근에 완성시킨 힐튼 부산과 아난티 코브는 방문객들에게 도시의 삶과 잠시 단절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몰두하면서 조용히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곳은 쉼에 대해 물리적으로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서점 ‘이터널 저니’를 마련해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터널 저니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콘셉트가 더해진 1650㎡ 규모의 복합 공간으로, 현대인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들을 정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엮어서 보여준다. 천천히 산책하듯이 책을 뒤적이며 자기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이터널 저니와 자연과 건축 사이에서 평온을 느낄 수 있는 아난티 코브를 설계한 그에게 휴식과 건축에 대해 물어봤다.
SNS 열풍과 반대로 모든 정보와 단절된 채 휴식에 몰두하려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세상과 동떨어져 자신에게만 집중하기 위해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을 찾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최근 우리 사회가 ‘안식’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휴식에 다소 무관심했지만 경제적, 문화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진정한 휴식’의 정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건축은 우리의 이상과 사고에 시대성이 더해져 현실화하는 작업이기에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간이 휴식과 안락을 위한 최고의 장소가 되기 위해서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건축적이고 물리적인 관점이 아니라 개념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휴양 시설을 디자인할 때는 공과 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수영장이나 광장 같은 공공 공간에서도 최대한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야 하는 반면, 객실처럼 독립된 공간에서는 공공장소 못지않은 확장성과 다채로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전에도 많은 리조트, 호텔 프로젝트를 많이 했지만 올해 여름에 오픈한 힐튼 부산과 아난티 코브는 특히 일상으로부터 완벽한 고립을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해내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설계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아난티 코브는 개념적으로 ‘요새’, ‘성’ 같은 곳이며 오랜 기간 천혜의 자연과 함께할 수 있도록 세밀하고 견고하게 설계하려고 했다. 해안가처럼 아름답고 특별한 자연환경에서 일반적이고 평범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이 아니라 꼭 다시 찾고 싶은 곳,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건축물의 안팎을 거닐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동시에 미래에 대한 충만한 희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
당신은 건축을 할 때 ‘감정을 증폭시키는 경험’을 강조한다고 말한 바 있다. 힐튼 부산과 아난티 코브에는 이렇나 요소가 어떻게 반영되었나?
기능적으로나 형식적인 부분에서 예상외의 요소를 만들어내 ‘일상에서 비일상으로의 전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진정한 휴식은 이성이 아닌 감각의 차원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리조트는 감각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움직이던 이성적 사고를 잠시 쉬게 하고 즉각적이고 풍부하게 다가오는 감각을 통해서 치유받고 영감을 얻도록 말이다. 이미 이곳의 환경은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수평선, 거친 갯바위와 힘차게 부서지는 파도 등 우리의 감각을 황홀하게 만들 요소로 가득했다.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폭넓게 경험하는 방식과 다양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다.
또 하나 주목을 받은 것이 라이프스타일이 접목된 북 카페 ‘이터널 저니’다. 기존 시점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이 적용된 곳인데, 호텔 안에 서점을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가?
보통의 호텔과 리조트가 여행 중에 잠시 찾는 휴식처라면 아난티 코브는 여행의 목적, 목적지 그 자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설계 개념이었다. 호텔이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이 되기를 바랐고 그 때문에 리테일 숍과 문화 시설들을 다채롭게 배치했다. 그중 이터널 저니는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다. 이곳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독서와 사색을 통해 ‘영원하고 무한한 여행’을 꿈꾸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호텔 속에 있는 서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어떻게 공간으로 구현해냈나?
이터널 저니는 책을 A to Z로 단순히 진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문 큐레이터가 철저한 분석과 기준, 취향으로 구성해 제안하는 서점이다. 도서 외에도 음반, 서적 관련 제품 등 콘텐츠를 엄선했으며 개인의 취향에 맞게 여행하듯이 즐기도록 디자인한 것이 포인트다. 서점 안에서도 특급 호텔의 서비스와 편안함,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도서관이나 프라이빗한 서재 같이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책과 휴식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쉼의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 시대는 역설적으로 휴식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기도 하다. 물리적인 시·공간이 현저히 줄어들수록 독서는 그야말로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대안이 된다. 여행이 물리적, 육체적 경험을 동반하는 휴식이라면 책은 정신적, 감정적 경험을 만들어주는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공간, 여행지에서 양서를 읽는다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충만할 수 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책에서 단순히 정보만을 접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것 같다. 요즘 다시 책 그리고 서점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책을 통해 내면의 안정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최근 SNS 문화가 확장되고 발달하면서 점점 과도한 이미지 과잉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겉보기에 아름다운 것들도 중요하지만 본질, 즉 철학과 취향이 있어야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 범람하는 이미지와 자극적인 매체에 점차 지쳐가는 사람들이 내면을 달랠 수 있는 책과 서점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물질뿐만 아니라 경험 같은 정신적인 것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공간이 심리적으로 사람들을 충족시키려면 어떤 요소를 갖춰야 할까?
건물을 설계할 때 머릿속으로 하나의 메타포를 만들어서 공간 안에서 얻을 법한 경험과 느낌이 어떨지 따라가다 보면 ‘이 건물이 왜 필요한지’, ‘이 공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얻고 싶어하는지’ 등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심리를 만족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예측을 뛰어넘는 감동과 특별함이다.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경험하기 전과 후의 시야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공간이 가져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건축은 구조가 복잡하고 형태가 대담해서 언뜻 자연과 대비되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연과의 조화가 세심하게 고려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이 건축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태양과 기후, 바람, 빛 그리고 대지가 갖는 특징과 건축물의 관계를 잘 이해해야 본질에 가장 충실한 건물을 설계할 수 있다. 건축이 갖고 있는 힘과 에너지는 주변 자연환경과 그 지역의 역사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건축물이 자연과 역사의 일부로서 존재하도록 조화를 추구하면서, 건축물이 자연의 힘을 받아들이고 다시 자연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상호 상승적 관계’를 이루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