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 1999.07 - 제 10회 김수근문화상 건축상
SPACE · 1999.07
제 10회 김수근문화상 건축상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김수근 문화상 건축상은 건축가이자 공간의 설립자인 故 김수근선생의 4주기를 맞이한 1989년에 김수근 문화재단(이사장:윤승중)에 의해 제정되었다. 김수근문화상 건축상은 건축가이면서도 남다른 애정으로, 공간을 축으로 삼아 이 땅의 문화예술의 열매를 맺기 위해 열의를 쏟았던 고인의 뜻을 기리는 것이기도 하며, 국내에 많은 시상제도가 있지만 사회에서의 명확한 위상설정과 그 권위와 흥미가 신선해야 한다는 재단 내부의 의사결정에 따라 건축, 미술, 공연예술의 세 분야에 걸쳐 당해연도에 괄목할 만한 활동을 한 작가의 업적을 평가하여 수상을 하였으나, 1997년부터는 건축상만 시행하고 있다. 이 상의 선정과정은 전문위원회가 작품을 추천하고 심사위원회에서 추천된 작품과 후보작품을 추가하여 수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매년 심사위원을 위촉하기 보다는 상의 성격상 맥락의 연결을 위해 3인의 심사위원이 3년을 임기로 하되 그 중 한명은 유임하고 있다.
김수근문화상 건축상의 역대 수상자
· 제1회/ 1990/강석원(건축, 에스모드 빌딩), 윤형근(미술), 이경숙, 김매자, 임영웅(공연예술, 공동수상)
· 제2회/ 1991/ 이원교(건축, 삼원빌딩), 오경환(미술), 베데스다현악 4중주단(공연예술)
· 제3회/ 1992/ 민현식(건축, 국립국악중고등학교), 박영남(미술), 오태석(공연예술, 백구야 껑충 나지마라)
· 제4회/ 1993/ 승효상(건축, 학동 수졸당), 김호득(미술), 남정호(공연예술, 우물가의 여인들)
· 제5회/ 1994/ 우규승(건축, 환기미술관), 박정환(미술). 조수미(공연예술)
· 제6회/ 1995/ 이종호+양남철(건축, 바른손 센타), 박석원(미술), 정치용(공연예술)
· 제7회/ 1996/ 김영섭(건축, 가톨릭대 성신교정 도서관, 강의동), 오수환(미술), 이건용(음악), 홍신자(무용), 이승규(연극연출), 유인촌(배우)
· 제8회/ 1997 故 장세양 (경기도립박물관)
· 제9회/ 1998 유걸 (밀알학교)
· 제10회/ 1999 손학식(오퍼스 콘서트 홀)
수상작, 손학식의 OPUS
이번 김수근문화상 시상식은 故 김수근 선생의 기일인 지난 6월 14일 공간사옥에서 있었다. 이 상은 한해 동안 발표되었던 건축작품을 대상으로 선정되는 것으로, 작품을 근거로 하지만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 작품만으로 그 작가의 작품세계를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기인하는데, 때문에 이 건축상은 작가의 실험적인 노력과 의지로 독창적이고 뚜렷한 작가세계를 드러내는 건축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측면에서 다른 건축상들과 구별되고 있다. 이번 수상자도 이러한 맥락에서 결정되었는데, 무엇보다 故 김수근 선생이 바라던 바와 같이 인간과 사회를 근저로 한 가치있는 작업과 성취를 이룩한 작품, 작가들 중의 하나라는 뜻으로 이해되길 바란다.
올해 수상작인 재미건축가 손학식씨에 의해 설계된 OPUS는 압구정동의 한 뒷골목에 위치한 복합용도의 건물로서 음악스튜디오. 지하의 150석 콘서트홀과 레스토랑, 카페, 광고 그래픽 회사를 위한 임대 사무실을 수용한다. 건축가는 고전음악을 전공하는 다섯 건축주들의 자제를 위한 연습과 교류. 공연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규모 건물안에 기능적으로 훌륭히 수용할 뿐 아니라 건물로의 접근과 이동이 이루어지는 내외부의 공간을 랜드스케이프 화하여 공적인 영역으로 개발함으로써 건물 전체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는 가능성을 제안한다.
입면의 불규칙하게 파내어진 곡면 파사드에서 지붕까지 이어지는 금속면은 최대한의 용적율이라는 건축주의 요구와 사선제한이라는 제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다양한 내부의 기능들을 하나의 형태안에 통합하도록 설계되었다. 프로그램에 따라 금속면을 오려낸 부분에 사용된 유리의 투명함은 내부의 행위를 드러내어 OPUS를 자연스럽게 광고하는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동시에 내부공간에 빛과 공기, 조망을 도입하여 건물이 숨쉬도록 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게 한다.
개념과 프로그램, 형태가 결합된 투명함과 경쾌함은 도시의 진정한 중심인 우리의 이웃들과 대규모의 복합문화공간 사이와 빈 틈을 메꾸는 역할을 수행하며 건물을 공적인 영역으로 들어서게 한다. 파사드만 남는 상업건축을 넘어서, 창조해야 할 또 다른 도시의 컨텍스트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심사 후기
금년 제 10회 김수근문화상 건축상 후보작으로 이범재, 김영섭, 송인호, 이종호, 김준성(불참) 제씨로 구성된「김수근 문화재단 건축 전문위원회」에 의하여 7점이 선정되어 그 토론 내용과 함께 최종 심사에 추천되었다. 여기에는 본 건축상의 성격을 전례에 따라 작가상이라기보다 최근 완성된 작품에 대한 작품상으로 보고 이의 선정에는 다섯가지 원칙 - 독창성, 시대성, 한국성, 완성도, 기술적 성취 등이 적용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추천된 작품으로는 :
수백당 / 승효상
솔마당짐 / 조병수
김옥길 기념과 / 김인철
오퍼스 콘서트 홀 / 손학식
세렌디피티 / 김헌
한호재 / 민규암 외
제주 강경교회 / 김재관 등이다.
첫 심사 모임에서 위원 자격으로 추가로 추천한 작품은 없었고, 추천 작품은 이미 다수의 위원이 현장도 보았고 충분히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논의 끝에 솔마당집, 김옥길 기념관, 오퍼스 콘서트 홀, 세렌디피티 4점을 후보작으로 선정, 필요하면 위원 개인의 현장 답사후에 다시 모이기로 결정하였다. 여기에서 제외된 수백당은 작가의 본상수상경력(제4회, 93년)이 있었기 때문이고, 한호재와 제주 강경교회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성과는 크지만 젊은 작가의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두고 작품상을 성급하게 고려하기 보다 좀더 앞을 기대해 봄이 옳을 것 같아 일단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 후 2차 모임에서 이 후보 작품에 대한 각 위원의 견해가 교환되었는데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세렌디피티는 일산 주택단지에 대한 독자적인 건축적 해석과 주거공간의 프로그램을 해체, 재구성하는 데서 도출한 건축을 보여 주고 있는 점, 그런 가운데도 거주자의 삶을 간과하지 않고 있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솔마당집은 개발 이익과 분양 시장성이 지배하는 일반의 다세대 주택이라는 건축 유형을 이룰 건축 장르로 재편입하여 진지하게 다룬 점, 단순하면서도 옥내외 공간 조직에서 보여 주는 공간적 성취감, 콘크리트와 목재라는 평범한 재료와 구법에서 이루어 놓은 건설이라는 과정과 결과가 보여 줄 수 있는 예술성 등을 높게 평가 받았다.
김옥길 기념관은 실내와 옥외공간 사이의 건축공간이라는공간 개념의 건축을 추구하여 최소한의 구조와 재료로 이를 창출하는데 성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만들고 있는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완숙한 기량으로 다루어 뛰어난 건축적 성취를 보여 주고 있는 높은 완성도의 건축이다. 반면 이 위치에서 중후한 콘크리트 벽이 만드는 모뉴멘탈한 구조물과 공간이 과연 이 지역의 맥락과 아직 미지의 프로그램으로 남아 있는 기념관을 담는 공간으로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의 제기가 있었다.
오퍼스 콘서트 홀 빌딩은 몇 가지 점에서 주의를 끌었고, 이 건축에 대하여 찬론과 반론을 동시에 낳았다. 이 건물은 130평의 작은 대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기능과 크기의 공간을 수용하고 있는 강남에 위치한 복합상업문화건물이다. 건축주의 건축동기는 주변의 척박한 상업성 근린시설건물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자기중심적인 필요에서 시작된 것이나 평범한 프로그램과 현실적 제한 속에서도 이와는 대조적으로 독특한 복합문화건물을 완성시킨데는 작가의 집요한 노력과 꺾을 수 없는 강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기량과 노력은 건물의 내외부를 매우 질 높은 건축공간으로 만들고 있으나 이 건물의 예술성을 높이는 것은 작가의 건축적 직관과 감각이다. 그 결과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은 도시 가로변 건축을 낳고 있다. 사선제한에서 발생한 건물외부 사면의 공격적 건축화, 건물 외피라는 표면성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건축 내용의 추구 등이 강남이라는 특수지역에 새로운 도시상을 보여 주고 있다. 마치 영상예술이 대중의 잠재의식을 일깨우고 이에 호소하는 힘을 가지고 있듯이 이건물은 이 도시에 시민의 속에 잠재하는 감성에 큰 호소력을 가지고 중요한 도시의 장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 건물이 지나치게 건축주의 필요가 중요시된 상업성 건물로 문화건물이라기에는 그 내용에서 오는 사회적 기여도는 낮은 점, 법적, 경제적 제한이 너무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좀더 높은 건축적 차원에서 사회에 열린 문화건축이 되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견해가 있었고, 어떤 불변의 건축적 신념보다 작가의 직관과 감각이 낳은 이 건축이 앞으로 우리 건축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면에 대한 경계도 있었다.
논의 끝에 금년의 수상작으로 오퍼스 콘서트 홀을 선정하게 되었다. 이건축이 이루어 놓은 건축예술과 대중의 만남의 성공, 어려운 현실적 제한 속에서도 건축을 문화와 예술의 영역으로 지킬 수 있었던 작가의 강인한 힘을 높이 사기로 한 것이다.
수상자와의 인터뷰
수상소감을 부탁드립니다.
몇 년 전에 수상후보에 오른 적은 있었지만, 금년도에는 수상을 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서울 출장시에 시상식이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또한 서울 출장시에 시상식이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주로 작업을 이곳 로스앤젤레스에서 하고 있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가끔씩 서울에 들르면서, 몇 개의 작품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은 주택으로서, 건축주의 요구에 의해서, 공개는 힘든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OPUS 빌딩을 통해서 상을 받게 되어서 저로서는 기쁘고, 영광스럽니만, 한편으로는 후보에 올랐던 여러 작가들의 기회를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열심히, 진지한 작품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상작「오퍼스 콘서트 홀」의 디자인 개념과 설계의 주안점을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주어진 프로그램을 충분히 소화하면서, 건물의 사용자에게는 독특하고 개성이 있는 공간구성과 적절한 자연광선의 도입으로 exciting 하고 stimulating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지나가는 보행자는 아주 편하고,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는 주위의 건물들의 어둡과 무거운 표정과는 달리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가질 수 있는 건물을 만들어서, 장차는 건물로서가 아니고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장소로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감각적이고 형태주의적인 작업경향이 짙게 드러난다는 점에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있기도 한데, 이 점에 대한 귀하의 생각은.
형태 그 자체를 위한 형태(복잡한 기능이나 기타 여건을 무시한)가 아닌 이상, 건축의 여러 가지 속성 중에서 조형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운 재료, 공법 및 컴퓨터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의 건축의 흐름에서 조형성(usable sculpture)이 더욱 더 강조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OPUS」빌딩의 경우가 이 모든 여건들(프로그램, setback, 사선제한 등등)에 의해서 만들어진 개성이 있는 조그마한 형태입니다.
「오퍼스 콘서트 홀」이 위치한 압구정동의 문화에 대해 건축가로서의 견해는
저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아서 그곳을 방문하는 방문객으로서의 느낌이 전부일 것입니다. 보행자들로 가득 차 있는 활기찬 거리로서 흥미 있는 거리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곳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젊은 층이고, 문화시설이나, 공간으로 부족한 것 같으며, 대부분의 상점들이 유행에 너무나 민감해서 자기만의 개성있는 아이덴티티가 결여되어 있으며, 안정되고 차분한 분위기보다는 일시적이고 들뜬 듯 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며, 골목골목의 특수한 성격을 갖지 못해, 장소로서 인지되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외부공간의 적절한 배려도 없어,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며 거리를 감상할 여유도 가질 수 없는 아주 메마른 느낌을 줍니다. 조그마한 면적이지만, 화랑, 서점, 영화관, 극장, 박물관, 음악 감상실 등등의 문화시설을 쉽게 접할 수 없으며, 이곳을 처음 찾는 관광객들이 특별히 즐길 만한 곳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하고 생각 합니다.
끝으로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어려운 건축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재미건축가로서 한 가지 의견을 덧붙인다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국제적인 경쟁력이 없는 것입니다. 부동산을 개발할 때, 막연한 기대나 무조건 짓기만 하면 팔리고, 값이 오른다는 가정하에 상품의 수단으로서의 소유개념을 같거나, 경제적이고, 내구성이 있는 선택보다는 사지성에 의해서가 아니고, 냉철한 이론적인 판단에 의한 feasibility study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거시적인 안목의 infra structure의 확립이 필요하고 value engineering에 대한 인식도 시급합니다. 건물의 가변성(flexibility)을 생각해서, 용도의 변화에 대해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무조건 헐고 새로 짓는 경향보다는 개조하고, 변경해서 있는 것을 절약하며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상황을 최대한 인식하고, 재료의 절약, 건물의 양 (quantity)보다는 질(quality)을 중시할 줄 알고, 사용자를 위한 건축행위가 우선 되어야 하고, 건축가의 자질향상. 건축주의 투자에 대한 취향도 전문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