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RMAN · 2007.06–07 - 남해의 풍광과 모던한 건축물의 조화
CHAIRMAN · 2007.06
남해의 풍광과 모던한 건축물의 조화
힐튼 남해 골프 스파 리조트
힐튼 남해 골프 스파 리조트는 국내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 힐튼의 리조트다. 이곳은 골프 라운딩 내내 바다를 바라보며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골프 코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리조트에 자리한 모던한 디자인의 건물이 자랑이다.
힐튼 남해 골프 스파 리조트가 들어서 있는 30만 평의 남해군 덕원리 해안의 반도는 모기와 파리 등 해충으로 인해 주민들이 살기 힘든 곳으로 여겨져 지난 14년간 방치돼 있던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겨울에도 거의 눈이 내리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소나무가 가득한 언덕과 전망으로 리조트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장소로 탈바꿈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자연 환경을 반영하듯 부드러운 곡선의 파도가 부서지면서 생기는 거품과 파도에 시시가각 반사되는 햇빛의 변화가 이곳의 최초 디자인 콘셉트였다. 이후 설계의 키워드는 리조트 어느 곳에서도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는 조망권 확보가 추가되었다. 리조트 내 건물은 해풍에 강한 골재로 구조를 세우고, 남해에 흔한 조개껍질로 주변을 장식했다. 건물 외관은 징크패널 등을 이용해 모던한 느낌을 강조했다.
힐튼 남해 골프 스파 리조트의 건물은 크게 클럽하우스, 빌라, 타워콘도, 게스트 하우스 등 4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모든 객실은 거실이 딸린 스위트룸으로 어러우진 남해 힐튼 리조트는 35평·45평·52평 리조트 빌라 1백24실과 78평의 게스트하우스 20채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설계 시 의도한 것처럼 구불구불한 남해안 지형의 묘미를 살려 전 객실에서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층에서도 바다, 섬, 골프 코스를 조망할 수 있고 심지어 욕실에서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45평 이상은 동일한 크기의 2개의 객실과 욕실을 거실 양쪽으로 배치해 함께 여행하는 고객들의 동등한 관계까지 배려했다. 78평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4개의 침실과 4개의 욕실을 마련해 최대 인원 8명까지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으며 머무를 수 있고, 바다가 보이는 뒷마당에는 개인 풀과 야외 자쿠지, 작은 정원까지 작은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가족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경사 지붕으로 표현한 남해 바다의 역동성
클럽하우스는 전체 힐튼 남해 골프 스파 리조트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건물이다. 내부 디자인은 레스토랑과 사우나, 연회실 등에서 벌어질 각종 이벤트의 성격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미래에 있을 내부 구조 변경이나 증·개축 등 변화를 수용하기 쉽도록 독립적인 기능을 가진 각각의 구획이 회랑을 중심으로 모여 하나의 건물을 이루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다양한 경사의 지붕과 이곳에 여러 방향으로 난 창이 모던함을 강조하는 등 미적 기능을 주는 동시에 다양한 각도에서 햇빛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기능적 역할을 겸하고 있다. 특히 경사 지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붕 선이 건물 내부로 연장돼 들어오는 느낌을 준다. 이처럼 외부에서 내부로 연결된 지붕선은 내부 공간의 구획을 나누는 역할과 함께 남해 바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형상화 하고 있다. 클럽하우스 시설 중 레스토랑의 경우, 3개의 커브를 둬 파도의 움직임과 같은 힘을 형상화 했으며 연속된 면을 4번 접어 만든 캐노피와 로비는 건물을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기대감과 함께 전면창을 통해 보이는 바다의 빛깔과 조화된 파도의 역동성을 느끼게 했다. 여러 이벤트가 진행될 공간인 연회실에도 커다란 경사지붕을 설치했다. 이와 같은 디자인은 독립된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으며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디자이너의 의도로 이곳에서 열리는 모임에 특별함을 더해준다. 클럽하우스 외관을 보면 얼핏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Bilbao Guggenheim Museum)의 느낌이 떠오르는 것은 리조트의 설계를 책임진 SKM건축사무소의 민성진 소장이 미국에 있을 당시 구겐하임 박물관을 디자인 한 프랭크 오언 게리에 영향 받은 결과라 생각하면 궁금증이 풀린다.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듯 한 룸
타워 호텔가 차별성을 두고 설계한 빌라는 3층 이하 소규모 단독 빌라 21개 동이 각각의 프라이버시와 전망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형태로 배치돼 있다. 힐튼 남해골프 스파 리조트 전체 콘셉트에 맞춰 빌라동 역시 클럽하우스와 같이 사선과 곡선을 이용한 모던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한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박공 지붕의 모양을 이용한 지붕은 이 건물 외형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박공 지붕은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예를 들어 박공 지붕 아래 실내에서는 공간의 여유로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건물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실내에서 보면 연속된 꺾임과 접힘이 강조된 지붕 아래서 시각적으로 다이내믹한 느낌을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빌라동 내부 디자인은 건물 내부에 이용객이 들어서자마자 바다를 코앞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풍부한 일광과 더해져 바닷가에 서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의도했다. 빌라동 중 내부 면적이 가장 큰 스위트룸은 방의 3면에 연못을 배치하여 마치 방 전체가 물에 떠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도록 설계되었으며 방과 방 사이의 작은 정원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남해 바다에 부서지는 햇살을 담았다
타워 콘도의 디자인은 기존 호텔의 디자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른 국내 리조트 호텔의 모양이 전반적으로 박스형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물결치는 듯한 역동성을 지닌 건물의 형태는 새로운 느낌을 준다. 또한 전망을 중시한 평면 디자인과 자연친화적 건축자재는 모던하면서도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디자인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타워콘도가 자리잡음으로 인해 바다로 향한 전망을 방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초기 계획안에 있었던 고층 단일 타워형 건물을 배제하고 3층 이하의 소규모 건축물을 그룹별로 배치해 리조트 어느 곳에서도 바닷가 전망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외관 마감재를 징크패널로 선택하여 이를 통해 출렁이는 남해의 파도와 파도에서 반사되는 빛을 담아내 시간과 각도에 따라 변화되는 빛을 건물 표면이 반영하는 등 햇빛을 디자인의 요소로 활용했다. 또한 일반 호텔이나 콘도에서는 방의 넓이를 다르게 하는 것과는 달리 힐튼 남해 골프 스파 리조트는 두 개의 방 모두 크기와 향, 욕실을 동등하게 설계하고 그 사이에 공동 공간인 거실과 주방을 배치하여 투숙하는 사람 모두의 입장을 꼼꼼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즐기는 남해의 산과 바다
게스트 하우스는 VIP를 위한 개인 공간으로 리조트 내 다른 건물들의 디자인과 큰 차이를 보인다. 건물의 전체적 인상은 건물 전면과 건물 진입 공간이 후면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후면 진입부는 공간 특성상 창호와 연린 공간의 면적을 줄여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확보하는데 비해 전면부는 모든 면이 유리로 되어 바다를 향해 활짝 열려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높은 천정 아래 중앙의 거실을 중심으로 수직, 수평으로 펼쳐진다. 특히 후면의 경우 출입구를 상징하는 오브제인 돌출형 계단실이 전물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건물에 접근하는 사람에게 주출입구로서의 강한 인상을 주지만 건물의 내부는 잘 들여다보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건물 실내 디자인은 실내와 외부 자연 환경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거실 좌측에 있는 벽천에서 떨어지는 물은 거실과 복도를 돌아 스파룸을 지나 수영장으로 나가는 시각적 효과를 노렸으며 다시 수영장으로 나간 물은 바다로 흘러나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거실과 연결된 식당은 모임을 위한 외부 데크와 연결돼 있으며 데크 뒤편 산책로를 따라 바다 위 전망대와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으로 시선이 이어진다. 1층과 2층 사이의 열린 공간은 2층의 이형적 창호와 공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빛이 반사되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를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에 위치한 발코니는 복도 뿐 아니라 게스트 룸에서도 직접 출입이 가능하며 리조트 내에서 바다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조망 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설계됐다.
SKM 건축사무소의 민성진 소장
민성진 소장은 미국 USC 건축과, 하버드대에서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설계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1990년대 중반 귀국했다. 현재 미국 건축가 협회(A.I.A)회원으로 힐튼 남해 골프 스파 리조트 외에도 파주 북시티 타운하우스 140세대 등의 설계를 맡아 진행했다. 현재 아난티 금강산 리조트와 순천 리조트 클럽하우스 신축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민소장이 국내로 돌아온 1990년대 중반 미국 현지의 디자인의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들이 한국에 속속 들어온 시기로 외국의 디자인 사조를 한국에 알리는데 창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민소장이 귀국한 당시 전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즘 경향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였지만 빛나는 징크패널의 휘어지고 꺾인 형태는 당시 국내에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민소장이 설계한 힐튼 남해 골프 스파 리조트는 그가 가진 최신의 디자인 경향을 선보인 프로젝트다. 하나의 건물이라는 느낌보다는 여러 개의 건물이 모여 사선과 곡선의 외형적 특징을 드러내면서 각 부분이 모여 하나의 건물을 만들고 선의 강렬한 인상으로 인해 내부 공간의 구성이 달라지며 여기서도 의도하지 않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는 박스 형 건물이 주는 단조로움을 탈출하기 위한 그만의 독특한 시도인 것이다.
